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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포커스 칼럼

'made in Japan'이 되라!

글 | 장진성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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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de in Japan"이 되라!
 
(9월 5일 일본 산케이신문 국제지면 기고칼럼)
 
 
북한 아이들은 가위바위보 놀이를 할 때 "쟝켕뽕"이라고 한다. 그것이 일본어인 줄 모른다. 주민들의 일상용어에서도 일본어가 많다. 리어카를 '구르마'라고 하고, 접시를 '사라'라고 하며 셔츠를 '샤쯔'라고 한다. 아마 주체의 나라인 북한에서 정권이 아무리 통제하려고 해도 안 되는 주민들의 외래어 언어관습이 있다면 거의 일본어일 것이다.
 
 
일본의 36년 통치에 의한 식민지 자재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일성의 주체적인 민족우월주의정책 결과이다. 1960년대 이른바 '민족대이동'으로 불리는 근 10여만에 달하는 재일교포들의 북송이 김일성 정권의 반일정서를 허물어 버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당시 북한 정권은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전향한 그들을 내세워 체제홍보에 열을 올렸다. 겉으로는 김일성의 민족우월주의정책 선전에서 많은 이득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재일교포들이 갖고 들어간 일본의 상품들은 북한 주민들에겐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외계세계의 물건들이었다. 김일성의 사회주의라면 무엇이나 다 세계 최고인 줄 알았던 그들이 일본의 선진화를 엿보게 된 것이다.
 
 
재일교포들을 본인 의사나 출생지에 따라 북한 전역에 거주시킨 결과 "자본주의 체제는 썩었지만 적어도 상품만은 멋지게 만든다."는 공감이 전역으로 확산됐다. 순식간에 북한은 "made in Japan" 열풍에 지배됐다. 재일교포들이 버린 상표나 포장지를 주워 집 안에 보물처럼 전시하는 유행이 전파됐다.
 
 
당연히 일본 상품의 특권을 누리는 재일교포들은 선망의 대상이 되어 북한의 중산층으로 확실히 자리 잡게 됐다. 그 상위계층은 상품의 선진화만이 아니라 일본문화도 주도했다. 인사예의와 언어, 품성, 심지어 식습관까지 재일교포들의 모든 행태는 확실히 남들보다 부드러웠고, 여유 있어 보였다.
 
 
그때부터 북한 내에서는 충성의 대가로 얻는 신분상승이란 지극히 평범해 보였다. 하여 일본에서 상품을 보내오는 친척은 없지만 대신 문화의 모방으로라도 중산층의 품위를 획득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됐다. 결코 아이들도 모르지 않았다. 과거에 우리 일가친척 중에는 왜 일본에 도망 간 사람이 없었냐고 어른들에게 불평을 부릴 정도였다.
 
 
북한 정권은 김일성의 반일업적을 내세우는데 주민은 친일주의자가 된 것이다. 일제의 식민지에서 해방되어 조총련의 식민지로 예속된 셈이다. 이는 주입 식 전체주의를 이탈하는 금기의 전체주의, 정서적 전체주의 반란이었다. 더구나 옷도 단체복을 강요당하는 주민들에게 자가용 승용차는 꿈도 꿀 수 먼 나라 이야기지만 재일 교포들에겐 그 특권이 허용돼 있었다.
 
 
텅 빈 평양의 도로 위로 질주하는 재일교포들의 자가용은 북한 주민들의 눈엔 단순히 차가 아니었다. 정권의 호각에 따라 똑같이 발을 맞춰 대열 지어 가야만 하는 속절없는 자기 운명의 재발견이었고, 그래서 충성의 회의심이었다. 그래서 재일교포들에 대한 북한 정권의 시기와 통제도 심했다.
 
 
내부적으로 자본주의 경험자들인 그들을 동요계층으로 분류하고 간부등용이나 승진도 엄격히 제한하도록 했다. 심지어 김정일의 지시로 재일교포들이 흰 색 자가용 승용차를 못 타도록 법적으로 막기도 했다. 이유가 유치하게도 일장기 색깔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 강연회에서 간부들은 이런 주장도 했다.
 
"일본이 전 세계에 흰 색 차만 수출한다. 그리고 자기 나라는 빨간 색 차를 고집한다. 그 목적이 일장기를 전 세계에 그리고 자기 나라는 그 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한마디로 재일교포들을 내국인처럼 믿지 말라는 공개적 경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에서는 김일성의 항일업적과 연고를 강조하는 "백두산줄기"보다 재일교포들의 "후지산줄기"에 대한 동경이 여전하다.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에선 조총련의 약화로 "후지산줄기"보다 한국드라마가 가져온 "한라산줄기"가 더 강세이다. 내가 남한에 와서 보니 한국에는 일본이란 나라가 "가깝고도 먼 나라"인데 북한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이다. 남한은 자유민주주의 경쟁으로 선진화된 반면, 북한은 더 고립되고 낙후해졌다는 방증이다. 내가 이 칼럼에서 말하자는 본질은 따로 있다.
 
 
일본 정부가 독재정권만을 상대로 납치문제를 해결하려는 잘못된 과오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3대세습은 곧 3대 악습이다. 이는 정권만을 상대해선 절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납치문제 해결의 열쇠는 김정은정권이 부정할 수 없는 결정적 증거물의 확보이다. 그 주도권을 잃고 북한정권과 마주앉는 우매한 외교로 과연 언제 성과를 볼 수 있겠는가? 주민들의 시장은 정보의 시장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바로 그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자면 대북외교가 아니라 대북공작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납치문제해결을 북한이 아닌 일본이 해냈다는 "made in Japan"이 되어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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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9-07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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