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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사회
탈북문학

'포 플라워' 제 22화

이지명 작가

글 | 신준식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포 플라워 (four flower)
-작가 소개-
 
이지명
 
전 북한작가
청진1사범대학 어문학부 통신대학 1985년 졸업.
작가동맹 현직 작가로 있다가 2003년 탈북 2004년 대한민국 입국
한국소설가협회회원,
 
Intro
북한망명작가 이지명의 장편소설 <포 플라워, four flower>.
2014년 11월 10일부터 뉴포커스에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연재에 앞서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 소설은 김정은의 첫 사랑이었던 주인공 서재은의 복수를 통해 북한정권 내 실세들의 권력암투의 추악함과 독재정치의 비정함을 그려낸 소설입니다. 소설은 북한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과 실존 인물들에 기초해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단 김정일과 김정은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실명에서 조금씩 변형된 이름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제가 이 소설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이유가 있습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없는 불합리한 체제 속에서 사상과 노선에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인간의 운명은 도대체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그려 보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소설 속 여주인공 서재은은 북한에서 살아가야 하는 가장 평범한 존재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자신의 첫 남자 김정은을 죽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녀가 복수를 이루어 내는 모든 과정을 저는 이 소설에서 그려가려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북한의 현 정권 실세들이야말로 수천만 인민들의 몸과 영혼에 서식하는 기생충과도 같은 무리임을 증명해 보이고 싶습니다. 불과 수십 킬로도 떨어져 있지 않은 저 휴전선 너머에서 벌어지는 참상과, 소위 ‘최고 존엄’이라 일컬어지는 존재의 실체와, 그 기이한 실체를 떠받치고 있는 이상한 집단의 진면목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으로부터의 망명 작가들만이 알 수 있고, 전할 수 있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 이곳의 독자들이 ‘인간’을, ‘인간의 삶’을. 그리고 ‘인간의 삶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사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피를 찍어 쓰는 심정으로 연재를 시작하는 장편소설 <포 플라워, four flower>에 독자 분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10월 20일 부악문원에서 이지명
 
목차
1>상처의 반란
2>참정의 눈
3>대장 집 안방
4>무도의 총소리
5>허탈
6>마지막 진술
7>딸을 찾는 아비
8>충신의 내면
9>음모의 합작
10>서재은의 계략
11>군중반향
12>현송원의 마지막 인사
13>3인방의 힘
14>다섯 번째 핀 사화
15>안개의 유혹
16>아방궁의 총성
17>겉과 속
18>여자의 향기
19>3인방의 정체
20>응당한 피해자와 억울한 피해자
21>하늘에 던져진 발자취
22>두 여자
23>김원흥의 역습
24>시련의 언덕
25>반전의 여인
26>개들의 개싸움
27>사화 여섯 번째로 피다
 
<22>두 여자
 
김원흥의 사무실로 젊은 정보원이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갖고 들어온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책상위에 올려놓고 프로그램을 연결한다. 이어 선명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접니다. 오늘 긴급전원회의는 어떻게 되어 소집된 것인지 궁금해 전화 드렸습니다.
황병시의 목소리다.
잠간 사이를 두고 말은 다시 이어진다. 유진우를 내세웠던 청사 화장실에서 조연진에게 건 황병시의 전화가 도청된 것 같았다.
-일전에 토의한대로 이것이 서재은의 방안에 따른 일이 아닌가 해서요,,, 알겠습니다.
그것으로 말은 끝났다.
우묵한 김원흥의 눈이 오래도록 정보원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 눈길이 두려운 듯 잠시 정보원이 허둥거린다.
“서재은이 누군지 알고 있나?”
불시에 묻는 말이다.
“예? 아직은, 곧 알아보겠습니다.”
“그럴 것 까지는 없고, 나가보게”
정보원이 나간 후 김원흥은 오래도록 사색을 이어갔다.
(서재은이라,,, 일전에 토의한대로?) 그의 입에서 나직이 흘러나온 중얼거림이다.
한식경나마 빙빙 방안을 돌고나서 그는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곧 선우향을 내방에 불러오게”
“부장동지, 선우 향은 지금 원수동지와 함께 있습니다.”
“음,,,”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내려놓는 그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흐른다.
(내가 내 입으로 황병시를 천거하다니,,, 아, 이런 실수도 있단 말인가?) 웅얼웅얼 중얼거리며 그는 입술을 감쳐물었다. 눈을 감고 뒷짐을 쥔 손마디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황병시와는 오랜 연혁이 있다. 같은 대학 동기였고 지금까지 정치 일선에서 늘 무언가 공유하며 우정을 쌓기도 했다.
최용회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용회는 늘 백두혈통이라는 우월감에 직급을 배제한 자리에서까지 서슴지 않고 존재감을 내비치곤 했다.
김원흥은 그게 싫었다. 자신도 6,25전쟁 때 낙동강도하영웅지휘관이었던 아버지의 피를 이어 받았지만 백두혈통과는 견줄 수 없는 아래 서열이었다.
하지만 최용회는 이제 더 이상 전면에 나설 수 없는 별 볼일 없는 늙은이로 전락했다.
황병시와 끈끈한 우정의 연대로 일선에서 합쳐진다면 이제 무엇을 못하랴 하고 생각했지만 그의 예상은 아주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서재은의 방안이라,,,)
김원흥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도 서재은이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었다. 유진우가 김정은을 만나 어떤 임무를 받았다는 것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여자의 이름이 가장 중요한 모퉁이에서 황병시의 입을 통해 흘러나올 줄은 미처 몰랐다.
갈마사건, 장승택 사건, 현심사살 사건, 그리고 이번 유진우 사건, 모든 것이 어떤 힘에 의해 조작되고 실현되었는가를 막연하게나마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했다.
다만 지금 그가 중시하는 것은 대체 어느 쪽에 이 몸뚱이를 세워야 하는가 하는 위치적 문제다. 김정은이란 젊은 지도자를 믿고 운명을 의탁하기에는 이제 저절로 머리가 흔들린다.
유진우사건전만 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나 김정은의 위상을 높여 주고 최측근으로서의 모든 명예와부를 누려보려는 야심이 있었지만 이렇게 뜻밖의 정보 앞에서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줄은 미처 몰랐다.
그는 유진우가 어떻게 되어 그리도 당당하게 열변을 토했고 수많은 요원들의 손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는가를 이제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요긴한 순간에 꺼진 회의실 조명, 어둠을 이용해 탈출한 유진우가 이후 은거할 수 있는 모든 장소를 급습했으나 그는 마치 하늘로 날아오른 듯 흔적조차 없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교묘하게 조직된 막강한 힘이 아니고선 성립될 수 없는 일이었다.
황병시는 그 모든 것을 분명 알고 있는 듯싶다. 아니 그가 이 모든 것을 주도한 사람들 편에 서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사실 유진우사건은 그가 중이동아지트에서 김정은과 깊은 모의 끝에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게 유다른 당 전원회의를 소집하고 진행함으로서 대체 어떤 결과가 산생될 것인가에 초점을 두었다. 무난하게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간다면 별문제겠지만 만약 중시할만한 변수가 생긴다면 이는 결코 수수방관할 수 없는 또 다른 세력의 등장과 간섭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한데 결과는 참담하다.
김원흥은 머리를 싸쥐고 다시 소파에 주저앉았다. 앞이 캄캄했다.
죽은 김정일이 못 견디게 그립기도 하다.
지금 국가안전보위부장으로서 당 내부에 깊숙이 뿌리박은 이단자들의 정체를 알면서도 힘의 부진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개탄스럽기 짝이 없었다.
만약 현 집권자가 김정은이 같은 철부지가 아니라 김정일 같은 인물이었다면 일거에 주동과 잔당들을 소탕할 수 있을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잔악한 뿌리를 들춰낸 보위부장은 당장에 영웅으로 급부상할 것이었다.
그때 중이동에서 김정은은 뒤에서 무언가 밀어준다고 했지만 일의 진행과정만 도와주었을 뿐 이러한 결과에 맞서 이길만한 노련한 지도자는 절대 아니었다.
비로소 김원흥은 수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면서도 갈마사태 같은 사건을 김정은에게 보고하지 않은 유진우의 내적심중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다시 자리에 앉은 김원흥은 오래도록 사색을 이어갔다. 드디어 그는 결심을 내린 듯 큰 숨을 한 번 시익 불어 쉬고 나서 수화기를 들었다.
“나야, 그간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으니까 곧 비밀요원들을 불러들여, 내 곧 가겠어.”
이어 김원흥이 집무실을 나가 찾아간 곳은 김정은의 형인 김정출의 집이었다.
약 30분간 김정출과 담화한 이후 그는 다시 고속으로 질주했다.
중이동 아지트의 회의실엔 벌써 여러 사람이 도착해 모든 보고준비를 마치고 부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작하지”
김원흥이 자리에 앉으며 한마디 하자 실내 불이 꺼졌다. 앞에 드리운 스크린에 여러 개의 사진과 동영상이 뜬다. 김원흥은 소파에 등을 대고 덤덤히 그것들을 본다. 스피커를 통해 설명하는 요원의 말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평양 제1백화점 3층 옷 매대입니다. 그날 유진우는 원수동지댁 가정부인 차용녀를 감시하기 위해 이곳에 나타났습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가방을 든 차용녀가 웬 여인과 마주서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원흥은 그걸 보며 등을 소파에서 뗀다.
“차용녀는 저 여인을 만난 후 이내 사라지고 이어 여인의 뒤를 유진우가 따릅니다. 승강기 앞에서 유진우는 여자를 향해 맹 돌진을 하는데 요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화면엔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유진우를 향해 던지는 사내의 말소리가 들렸다.
“그간 우리 일을 도와주어 고맙소. 우리는 김정은 정권을 뒤집어엎으려는 사람들이오. 동지를 잊지 않겠소. 또 만납시다.”
 
조작이다. 하고 김원흥은 하마터면 소리 지를 번했다.
그는 입술을 감치고 뚫어지게 화면을 쳐다보았지만 생각은 줄 곳 사라진 서재은에게 멎어있다. 그래 바로 저 여자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의 감각은 집요하리만큼 서재은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 감각은 두 번째 요원이 준비한 게시물을 스크린에 비췄을 때 현실로 나타났다.
파티 장면이었다. 여러 장면들은 흘려보내고 선우향이라는 여자의 바이올린 연주장면을 아주 천천히 내보낼 때 김원흥은 반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뚫어지게 바이올린수를 보며 눈을 굴렸다.
요원이 뭐라고 말하려 하자 김원흥은 그를 제지시키며 모든 걸 정지하고 스크린에 두 여자를 나란히 세워 보라고 소리쳤다. 시키는 대로 서재은의 모습과 선우향의 모습을 스크린에 세워 정지시켰을 때 모두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똑 같은 키, 늘씬한 몸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신통했다.
김원흥의 입으로 긴 한숨이 압축공기 빠지듯 새어나왔다.
요원들은 부장의 입만 지켜보았다. 보위부장다운 섬세한 감각에 대한 경탄의 눈빛도 함께 섞여 있는 눈길이다. 서둘러 방에서 나오며 김원흥은 한 마디 짧게 소리쳤다.
“이 방에서 있었던 일은 절대 함구해”
밖으로 나온 그는 직접 핸들을 잡고 차를 출발시켰다. 늦은 밤이어서 한적한 도로로 그는 벤츠를 고속으로 내몰았다. 무섭게 이를 악문 모습이다.
 
한편 보위부장을 만난 후 김정출은 동생인 김예정과 같이 원심관에 나타났다.
김정은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의 얼굴은 몹시 경직되어 있었다.
김정은은 오랜만에 만난 형과 동생을 의아한 표정으로 맞이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온다기에 반갑긴 했지만 놀랐잖소. 형은 총에 맞았다던데 괜찮소?”
“응 괜찮아, 근데 너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야?”
쳐다보는 김정출의 눈이 자못 매섭다.
“내가 뭐 어떻게 사는데?”
김예정이 한 발 나선다.
“오빠, 오빤 이제 이 나라 수령이야. 수령이란 이름이 무슨 아이 이름이야?”
“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왜 또 나한테 맞고 싶어 그래?”
김정은이 독을 쓰며 일어선다.
“오빤 아직도 내가 맞으면 질질 울던 어릴 때 그 멍청한 계집애로 보여?”
“그렇다 왜?”
“정은아”
김정출이 눈이 정면으로 마주쳐오자 김정은은 흠칫했다. 형의 그런 눈빛은 그가 지금껏 살면서 처음 보는 눈길이었다. 늘 온순하기만 하고 어떤 경우에도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던 형이었다. 김정은이 잠간 주춤한다.
“예정이도 이젠 어른이야 필요한 말은 좀 들어줘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리고 예정이도 둘째오빨 좀 정중하게 대해주면 안 될까? 평범한 오빠는 아니잖아”
“알겠어요. 큰 오빠”
예정이가 주춤한다.
“아 그럴 필요 없어 우리끼린데 뭐. 오랜만에 셋이 앉으니 좋은데. 형, 우리 오늘 코냑파티나 할까?”
“그러지 뭐”
김정은이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한 후 이내 장소를 옮겼다. 안쪽 식당이다. 미리 준비라도 한 듯 여러 가지 요리들이 상에 차려져 있다. 서양요리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세 사람 다 외국풍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각테일로 마실 거야?”
“아니 그냥”
“넌?”
“난 샤넬”
김정출이 자주 손목에 찬 로렉스 시계를 들여다본다. 두 순배 술잔이 도는 사이 벌써 세 번째다.
“누굴 기다리는 거야?”
김정은이 물었다.
“응 올 때가 됐는데,,,”
“누가?”
“김부장”
“그 사람이 왜?”
“나 오늘 그냥 술 마시자고 온 거 아니야”
“?”
다시 여러 순배 술잔이 돈다. 오랜만에 마주앉은 자리지만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가 처진다.
“김부장은 나도 기다려지는데 무슨 단단한 약속이라도 있어?”
“날 보고 정계에 출석하래 참”
“예정이도?”
“난 이미 당조직부에 출근하기로 했어. 근데 큰 오빤 정계가 싫어? 둘째 오빠가 제 위치를 찾자고 해도 우리가 잘 도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만 난 자신 없어. 지금처럼 봉화조를 이끌고 외화나 벌겠어.”
“왜? 동생 밑에서 자존심 딸려서?”
“그건 아니고,”
김정출은 뭔가 말하려다가 혀끝을 얼버무린다.
“말해 봐 감출 건 없잖아 들어올 때 분명 내게 화가 나 있었어.”
“그건 네가 더 잘 알 터인데, 제수는 팽개치고 악단여자나 끌어들여 하는 짓거리가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돼.”
“왜? 누가 뭐래?”
“말들은 안 하지만 속으로야 얼마나 욕들 하겠어.”
“쳇 그깟 거 겉에 표현만 하면 그땐 다 죽여 버리지 뭐 감히 어따 대고, 안 그래?”
그렇게 말하면서도 차마 형을 마주 볼 용기가 없는 듯 김정은은 예정이만 넌지시 바라본다.
“나 역시 설희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걸레 같은 년을 무슨”
“예정아”
김정출이 매서운 눈으로 누이동생을 나무란다.
“왜요 내가 없는 말 했어요? 그렇다고 둘째오빠가 이렇게 행동하면 안 되지, 그러면 설희 걔한테 말미를 주는 거 아니에요?”
“됐다니까,”
김정출이 조금 언성을 높여 예정의 말을 자르고 나서 김정은에게 말한다.
“넌 고모가 내게 총을 쏜 건 어떻게 생각하니?”
“고모부를 잃은 것 때문이겠지 뭐”
“이제 와서 이런 소리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 넌 왜 고모부의 죽음을 막지 못했어? 그러고도 네가 수령이야?”
“?”
“난 똑바로 봤어, 실은 내 허벅지에 박혔던 총알이 고모가 쏜 것이 아니야. 고모는 정확히 내 머리를 겨눴거든 쏘았을 때 총알은 하늘로 날았어, 어떤 총이든 쏘면 총구가 위로 들리지 아래로 처지는 일은 없지 않아?”
술잔을 기울이려던 김정은이 눈이 커졌다. 술잔에 담긴 누런 액체가 반쯤 기울어 옷 앞섶에 주르륵 떨어졌다. 정은은 손으로 옷섶을 털며 술잔을 상위에 내려놓는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
“이젠 다 나았으니까 말하는 거지. 네가 신경 쓸 건 없어. 왜? 또 무고한 사람을 죽이려고? 이젠 좀 자중해”
김정은은 긴장한 눈으로 정출을 직시한다.
김정출은 입가에 조소인지 미소인지 가벼운 웃음을 띠고 다시 말을 이었다.
“집권 2년 반이 넘는 기간에 넌 참 많은 일을 했더라, 군부대를 찾아다니고 건설장과 기업을 찾아다니고 웃고 만나는 사람마다 스킨십이나 하고 설희와 팔을 낀 그래, 텔레비전 화면에 뜬 그 모습 참 보기 좋더라, 하하하,,,”
김정출은 취했는지 긴 웃음을 터트린다.
“넌 권력이 무슨 낭만인 줄 아나본데 난 말이야 딱 찍어 말하지만 그렇게 총을 쏘고 칼부림이나 하는 정계에 발을 들일 생각은 꼬물도 없어. 김부장은 장담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믿어.”
“그러지 말고 잘 생각해 봐. 형이 날도와 줘야 한단 말이야, 내가 망하면 형도 무사하지 못할걸? 상부상조지 안 그래?”
“네가 나한테 그런 말할 체면은 없지. 이 형을 깔고 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네가 측근들을 휘동해 벌인 일을 내가 모를 줄 알아, 그러니까 네가 안은 일 네가 안고 그냥 가, 끝까지 말이야. 난 돈을 벌란다. 너 요새 봉화조 외화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아니?”
“궁금하네, 얼마나 돼요?”
예정이가 더 안달한다. 대답 대신 정출은 열 손가락을 펴 보이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러니까 난 정치에 관심 없어. 그런 개싸움에 끼일 생각도 없고 예정이 얘가 나보단 카리스마가 몇 배 강하니까 많이 도와 줄 거야 그거면 된 거 아니야? 그리고 우리 삼남매가 정계에 나서면 어차피 요직에 들어앉을 건 당연한데 그러면 나나 이 예정이까지 내로라하는 늙은이들을 휘어잡아야겠지? 잘한다면 몰라라 아니, 아니 잘할 수가 없어, 경험도 없는 우리가 무얼 어떻게 잘한다는 거야. 그쯤 되면 뒤에서 뭐라 하겠어, 철부지애들 정치라 말하지 않겠어? 하하하 그리되면 오히려 지금의 네 위상이 더 추락돼 아예 바닥을 때릴 수도 있어 안 그래? 난 다시 외국에 나갈란다. 그게 너에게는 더 편할 거야.”
정출은 또 독한 양주 한 잔을 단숨에 들이킨다.
바깥 복도에서 서성거리며 그 모든 얘기를 듣는 김원흥의 안면에 못마땅한 그림이 그려진다. 틀린 말도 아니다. 그는 되돌아 바깥으로 나왔다. 저속에 섞여 받자 얻어 쥘 건 아무것도 없으리라는 타산이 그를 돌려 세운 것 같다. 운전대를 잡은 김원흥은 어디라 없이 질주했다. 속도계바늘은 100을 넘어서고, 부릅뜬 눈엔 철철 불이 흐른다.
대동강반의 공지에 차를 급정거시키며 김원흥은 잡은 핸들에 머리를 틀어박고 마구 흔들었다.
차에서 내려 흐르는 강물을 향해 그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거친 고함을 질렀다. 불어난 물이 그 소리를 후룩후룩 집어삼키며 늠실늠실 골을 따라 부지런히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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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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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리뷰1건
이모티콘 이미지  고향사람   ( 2014-12-27 )    수정   삭제 찬성 : 5 반대 : 8

포플라뤄 20, 21회는 도대체 어디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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