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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사회
탈북문학

'포 플라워' 제 16화

이지명 작가

글 | 신준식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포 플라워 (four flower)
-작가 소개-
 
이지명
 
전 북한작가
청진1사범대학 어문학부 통신대학 1985년 졸업.
작가동맹 현직 작가로 있다가 2003년 탈북 2004년 대한민국 입국
한국소설가협회회원,
 
Intro
북한망명작가 이지명의 장편소설 <포 플라워, four flower>.
2014년 11월 10일부터 뉴포커스에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연재에 앞서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 소설은 김정은의 첫 사랑이었던 주인공 서재은의 복수를 통해 북한정권 내 실세들의 권력암투의 추악함과 독재정치의 비정함을 그려낸 소설입니다. 소설은 북한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과 실존 인물들에 기초해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단 김정일과 김정은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실명에서 조금씩 변형된 이름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제가 이 소설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이유가 있습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없는 불합리한 체제 속에서 사상과 노선에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인간의 운명은 도대체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그려 보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소설 속 여주인공 서재은은 북한에서 살아가야 하는 가장 평범한 존재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자신의 첫 남자 김정은을 죽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녀가 복수를 이루어 내는 모든 과정을 저는 이 소설에서 그려가려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북한의 현 정권 실세들이야말로 수천만 인민들의 몸과 영혼에 서식하는 기생충과도 같은 무리임을 증명해 보이고 싶습니다. 불과 수십 킬로도 떨어져 있지 않은 저 휴전선 너머에서 벌어지는 참상과, 소위 ‘최고 존엄’이라 일컬어지는 존재의 실체와, 그 기이한 실체를 떠받치고 있는 이상한 집단의 진면목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으로부터의 망명 작가들만이 알 수 있고, 전할 수 있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 이곳의 독자들이 ‘인간’을, ‘인간의 삶’을. 그리고 ‘인간의 삶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사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피를 찍어 쓰는 심정으로 연재를 시작하는 장편소설 <포 플라워, four flower>에 독자 분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10월 20일 부악문원에서 이지명
 
목차
1>상처의 반란
2>참정의 눈
3>대장 집 안방
4>무도의 총소리
5>허탈
6>마지막 진술
7>딸을 찾는 아비
8>충신의 내면
9>음모의 합작
10>서재은의 계략
11>군중반향
12>현송원의 마지막 인사
13>3인방의 힘
14>다섯 번째 핀 사화
15>안개의 유혹
16>아방궁의 총성
17>겉과 속
18>여자의 향기
19>3인방의 정체
20>응당한 피해자와 억울한 피해자
21>하늘에 던져진 발자취
22>두 여자
23>김원흥의 역습
24>시련의 언덕
25>반전의 여인
26>개들의 개싸움
27>사화 여섯 번째로 피다
 
16> 아방궁의 총성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모래 기슭에 한 노파가 퍼더버리고 앉았다.
메마른 노파의 육신 어느 곳에서도 산 사람이어야 뿜을 수 있는 생신한 구석은 찾아볼 수 없다. 살을 어이는 찬바람이 솜 동복도 입지 않은 연약한 육체를 사정없이 파고들어도 노파는 도대체 감각 없는 사람처럼 풀려버린 눈으로 하염없이 길길이 날뛰며 밀려오는 파도만 바라본다. 눈물도 이젠 말라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어보였다.
솨, 파도가 무섭게 밀려왔다. 파도는 노파의 귀에 또 다른 단말마적 파열음을 사정없이 밀어 넣는 듯 으으으 두 귀를 막으며 발광하듯 몸부림친다.
환청은 분명했다. 귀를 째는 굉음, 단말마적 비명, 최후의 힘을 모아 외치는 애절한 부름소리, 경화야- 아, 아, 아 노파는 피가 튀는 비명을 토막토막 지르며 벌렁 모래 불 위에 드러눕는다. 귀를 움켜 쥔 머리위에 낮게 드리운 검은 구름장이 이어 달려든 칼바람에 이리저리 찢긴다. 어쩌면 그건 바람이 아닌 노파가 토하는 비명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노파는 아이처럼 모래 불에 뒹굴기 시작했다.
짠물에 젖은 코, 입, 귀에 작은 모래알들이 자석에 쇠 가루가 붙듯 빈틈없이 달라붙는다. 뒤 켠 건물에서 나온 두 남자가 노파에게 다가와 조심히 껴안는다.
“놔라, 이놈들아, 놓지 못해?”
목청껏 외치는 것 같았지만 나오는 소리는 너무나 유약하다.
“대장동지.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어서 들어가십시다.”
“놓으래도, 이 녀석들, 안 놓으면 몽땅 죽여 버릴 테다.”
“?”
두 호위원이 무춤 하는 순간 노파는 손에 차디찬 권총을 뽑아들었다. 쏘아보는 눈엔 절망이 아닌 독기가 서렸다. 두 남자가 황급히 노파에게서 물러선다.
노파는 정신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안전장치를 풀지 않아 총이 발사될 수 없음에도 노파는 계속 악착할 만큼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고모,”
건물에서 두 젊은이가 뛰어나왔다.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출과 여동생 김예정이다. 노파는 총을 돌려 오누이를 겨눈다.
“위험합니다.”
방금 혼쭐이 난 호위원이 기겁해 소리치자 김정출은 여동생을 잡으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무표정하던 김경화의 눈이 야수처럼 번뜩였다.
“고모”
김예정이 울먹이며 오빠의 손을 뿌리치고 노파에게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이다.
노파의 손에 들린 총구에서 번쩍 불이 튀었다. 땅, 요란한 총소리가 대기를 찢었다.
예정이 우뚝 선다. 마치 총탄에 맞은 사람처럼, 발사된 총을 쥐고 있을 힘조차 이젠 모두 잃어버린 듯 노파의 손에서 툭, 총이 떨어졌다.
김경화는 품에 달려드는 예정에게 몸을 의지하며 힘없이 쓰러지면서도 총상을 입고 비칠대는 정출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웅장하게 지은 해변의 건물은 동해안인 함경남도 낙원에 위치한 여호리 별장이다.
1977년에 막대한 외화를 들여 만든 김정일 가족 전용별장으로 지은 이 건물은 지상7층이지만 층간이 높아 아파트 25층과 맞먹는 높이를 가졌다.
층별로 가문 개개인주거지로 명명해 사용했는데 한 개 층의 면적은 무려 800여 평에 달했다. 지하 아래로 세 개 층이 되어 있고 안의 객실에 앉으면 10센티 두께의 특수유리를 통해 유리 바깥의 바다 속을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마치 수중건물처럼 보여 태양빛이 물들면 바다 밑 굴곡 있는 지형과 갖가지 어물, 수초들로 하여 장관을 이룬다. 밤이면 오색찬란한 인공불빛에 현혹된 가지각색모양의 고기들이 모여 또 다른 신비의 세계를 펼친다.
허벅지에 관통상을 입은 김정출은 이층에 위치한 의무실로 옮겨졌다. 일층은 호위요원들의 대기실과 사무실, 침실, 격술 훈련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지금 김경화의 호위담당 처장은 심각한 얼굴로 요원들을 점검하고 있다.
비상사태라면 이보다 더 큰 사태는 없을 것이다. 다행히 김정출의 허벅지를 관통한 총알은 뼈를 부서뜨리지 않아 안심은 되었다. 우연이거나 아니면 절묘한 사격술을 겸비한 저격수의 솜씨인 것만은 확실했다.
무책임한 호위요원들을 호되게 꾸짖고 나서 처장은 조금 후 자기 방으로 들어섰다.
방음장치가 된 방안에서 잠시 무언가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사색보다는 무엇을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휴대폰을 손에 쥐고 서성대며 테이블에 놓인 묵직한 전화기만 안타까이 쳐다본다. 드디어 따르릉 전화기가 아닌 휴대폰이 울렸다. 급히 휴대폰을 열어 귀에 가져가는 처장의 깡마르게 생긴 얼굴에 긴장이 감돌았다.
“어떻게 됐소?”
상대의 물음이다.
“네, 다행이 경상입니다.”
“본인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의사의 말은 며칠 치료하면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하는데요.”
“다른 사람들은, 혹 눈치 챈 자는 없소?”
“없습니다. 제가 직접 쐈습니다. 거의 동시에 총탄이 발사됐고 저의 총은 무성이었습니다.”
“그렇다, 알겠소. 이제부터 우리는 당신의 행동을 지켜보겠소. 어떻소? 자신이 있소?”
“네 심혈을 기울여 집행 하겠습니다.”
“난 당신이 자각하리라고 믿소. 이건 아무에게나 차례지는 믿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겠지요?”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뚜, 전화가 끊긴다. 처장은 부동자세로 얼없이 이미 끊긴 휴대폰만 멍청히 바라본다. 마치 그 작은 물건이 개어 올려야만 할 상관이나 되는 듯이,
잠시 후 그는 테이블 앞 소파에 앉아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빛은 아까와 달리 조금 풀어진 듯 보였다.
김경화는 실내복을 갈아입고 소파에 앉아 멍하니 유리 넘어 햇빛에 물들어 아롱지는 바다 속을 넋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하얀 백발이 흐트러져 내려 초췌해진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장승택이 처형된 후 그녀는 치명적인 심적 타격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큰 장어 한마리가 유리벽에 붙어 이쪽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유리에 먹을 만한 먹이가 붙은 듯 작은 입을 뻥긋 벌렸다가 오므리길 반복하고 있다.
물끄러미 그 모양을 바라보던 김경화는 헉, 하며 그 앞에 다가간다.
그 입이, 장어의 그 작은 입이 한없는 달콤함을 풍기며 자기입술을 덮는다.
난데없는 전율이 왈칵 밀려와 쭈그러든 가슴을 지르며 머리끝을 빠져 나가는 순간 여인은 아, 아 신음을 연발하며 정신없이 유리를 그러않는다. 그때까지 유리벽에 붙어 있는 장어의 입에 자신의 입을 문지르며 노파는 허허탄식 울부짖는다.
밤길을 헤매는 외로운 여인에게 불빛이 되어주고 메마른 가슴에 따뜻한 증류수를 부어주며 가진 모든 것을 한 뼘 혀에 모아 아낌없이 선사하는 그 뜨거움에 여인의 심장은 당장에 터져버릴 것처럼 요동쳤었다.
“사랑해, 이제부터 넌 내 목숨과도 같아. 지금까지는 날 위해 살았어도 이제부턴 너를 위해 살겠어. 경화야 내 사랑아”
그때 그 남자의 어깨가 나무 잎처럼 마구 흔들렸었다.
진한 키스를 하면서도 눈에서는 줄줄 눈물이 흘러내렸었다. 마주 붙은 두 입 사이로 그 눈물이 사정없이 흘러들었었다.
짜지도 않았다.
그건 눈물이 아니었으니까,
그건 모든 것을 순화시킨 달디 단 토종 꿀물이었으니까,
아아아, 그런데 지금 너는 어디로 갔단 말이냐, 갔다면 어디 있단 말이냐,
김경화는 정신없이 방바닥을 굴렀다. 발버둥치는 팔 다리가 연두색카펫이 깔린 바닥을 마구 두들겼다.
밖에서 대기하던 호위병들은 안에서 들려오는 애처로운 통곡 소리에 문을 열려 했으나 문은 억척같이 잠겨 있다.
연락을 받은 처장이 달려왔다. 처장은 적재적소에 달려온 것 같았다. 비상열쇠로 문을 열었을 때 그리고 그가 방으로 한 발 들이는 순간 탕. 하는 한 방의 총소리가 울렸다.
 
그 시각 김정은 역시 이상한 후유증에 걸린 듯 끝없는 공허감에 시달렸다.
고모부 처형이 가져다 준 응당한 선물인지도 모른다. 가슴을 메우는 공허감은 그를 때 없이 발광하게 만들었다.
눕기만 하면 3초 내로 쿨쿨 잠에 빠지던 그가 좀처럼 잠들지 못한다. 눈만 감으면 자기를 죽이려 드는 끔찍한 괴한과 부딪쳐 버린 듯 아악, 소리를 치며 화닥닥 일어난다.
장승택이 처형된 그날 김정은은 객실에 놓인 화분 앞에 우두커니 앉아 하염없이 꽃을 들여다봤다. 보름가량 폈던 꽃이 하나 둘 지기 시작한 때였다. 김정은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네가 내 고모부의 마지막을 알리려 그리도 곱게 피어났던 것이구나. 죽었으니 이제 지는 것이냐? 아마도 너는 아무도 죽이지 말라고 내게 알렸던 것 같은데 난 그만 그런 네 신호를 미처 알아보지 못했구나. 그 다음은 술을 찾았고 들여오면 정신없이 부어마셨다.
그는 고려인삼이나 녹용산삼 술 같은 고급형 국산 술엔 눈도 안 돌린다.
와인이나 위스키. 코냑 같은 고급양주에만 집착한다. 10대의 나이에 스위스에 살며 맛들인 것이기도 했다. 원래는 각테일을 즐겼으나 요즘은 번마다 스트레이트로 마신다.
잔에 쿨럭쿨럭 부어서는 맹물 마시 듯 단숨에 쭉 들이킨다.
그 다음은 눈을 번뜩거리며 사방을 쏘아본다. 그럴 때 보면 그건 분명 먹이를 찾는 맹수의 모습이다.
오늘 밤도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첫 눈에 띄는 용녀를 보고 당장 술을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대기실 소파에 풀썩 들어앉아 충혈 진 두 눈을 굴리는데 탁자에 놓인 전화기가 울었다. 신경질적인 동작으로 전화를 받던 그의 입귀로 알릴락 말락 미소가 피었다.
“그래 그러지”
술상을 차렸다는 용녀의 아룀도 듣지 못한 듯 그는 들어선 부관의 안내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벌써 방탄호위차가 금방이라도 떠날 듯 부릉거리고 있었다.
어딘지 알 수 없다. 번잡한 시내와 달리 고즈넉한 정적이 깃든 교외의 활엽수속에 고대광실의 조선식 건물이 나타났다.
방탄차는 무장보초가 서 있는 정문을 지나 지하주차장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겉에 보이는 것과 달리 안은 굉장히 넓은 초호화건물이었다.
여호리별장보다는 작은 규모였지만 대신 현대적인 건축미를 완벽하게 갖췄다.
위가 아닌 아래로 향한 엘리베이터에서 몇 층 내려오자 벌써부터 쿵 짜, 쿵 짜, 흥을 돋우는 음악소리가 벽을 무너뜨릴 듯 진동한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선 안은 넓고 화려했다. 쇼를 할 극장처럼 앞에 무대가 있고 객석엔 관람의자대신 식탁과 고급소파가 줄을 맞춰 놓여있다.
벽, 천정 어디나 간격 맞춰 매단 전등으로 하여 안은 대낮처럼 환하다. 열 대 여섯 되는 사람들이 김정은이 들어서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맞이한다.
상석으로 보이는 가운데 자리로 짧은 치마를 입은 안내원이 김정은을 안내했다. 김정은은 비대한 몸집을 소파에 던졌다.
눈 같이 흰 보를 씌운 식탁에는 각이한 이름의 서양 술병들로 가득했고 이름 지을 수 없는 각종 요리와 간단히 집어 입가심을 할 수 있는 여러 과일을 정히 조각해 담은 큰 접시가 첫 눈에 띄게 놓았다. 김정은이 앉자 짧은 스커트가 다가와 유리잔에 정중히 술을 따른다.
요란하던 음악은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서정으로 변한다. 은은한 관현악이 방금 흥을 돋우던 장내의 분위기를 조용히 잠재우는 것 같았다.
김정은은 여인이 두 손 받쳐 내미는 술잔을 받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직 버리지 못한 심적 고통을 어서 털어버리려는 발광처럼 보인다. 김정은이 술잔을 들어 마시자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일제히 손에 든 잔을 비운다.
하나 둘 참석자들이 김정은 앞으로 나와 자기소개를 하고 정중히 인사들을 하자 김정은은 만족한 듯 손수 술병을 들어 한 잔씩 부어 주었다.
무릎 꿇고 김정은에게 술을 부을 영광을 달라고 간청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다 할 격식도 없이 진행된 파티의 참가자들이 독한 양주에 모두 얼근해질 그때 닫혔던 어두운색의 두툼한 무대막이 조명 빛을 받으며 서서히 열렸다.
객석의 화려한 불빛은 하나 둘 꺼져 가고, 열린 무대로 무희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마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분명 두 눈이 뒤집혔을 것이다.
주요 부위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열대여섯 되는 젊은 남녀가 줄을 지어 가볍게 뛰어나온다. 발과 손, 몸이 만드는 율동에 따라 흐르는 음악이 점점 광란으로 치닫는다.
아니 음악에 따라 광란의 몸동작이 만들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흥을 돋우기 위해서만 창작된 것인 듯 광음과 함께 무희들은 길게 드리운 머리칼을 휘저으며 누웠다 일어났다 엎어지고 넘어지고 말 그대로 광기 넘친 발광을 한다.
객석에선 연이어 와, 와, 환성과 함께 벌떡 벌떡 일어나 같이 장단을 맞추는 사람까지 있다.
김정은은 그 정도의 춤사위에는 흥미가 없는 듯 덤덤하게 유리잔을 들고 앉아 멀거니 쳐다만 본다. 전화를 받던 수행부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조심조심 김정은에게 다가온다.
“무슨 일이야?”
부관은 귀속 말로 무언가 아뢴다.
“뭐야?”
김정은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다.
“고모님이 쏜 총에 담당호위처장이 죽었다 합니다. 죄송합니다. 원수님”
“이런 제길, 왜 고모가 그 따위 짓을? 정말이야?”
“절 죽여주십시오.”
“너를 왜?”
“원수님”
부관은 넙죽 바닥에 엎드린다. 광란적인 음악소리에 모두 정신이 무대에 쏠려 이쪽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섬뜩한 소식을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전해 드려 그저 황공할 따름입니다.”
“됐어. 저리 가 그까짓 일을 가지고 호들갑 그만 떨어”
부관은 물러가고 안절부절 하던 김정은은 손에 든 잔을 던져버리고 술병을 통짜로 들어 벌컥벌컥 들이킨다.
“야,”
김정은이 술병을 입에서 떼기 무섭게 꽥 소리친다. 순간 음악이 멎는다. 모두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김정은이 두 손가락을 펴 보인다. 그러자 뒤에서 누군가 꽥 소리친다.
“마지막 부문으로 전환”
음악이 다시 광란한다.
리듬에 맞춰 여자 무희들이 하나하나씩 정면에 나와 브래지어를 벗어 내친다. 그 뒤에서 남자들은 입었던 삼각팬티를 벗는다.
하얗고 풍만한 C컵 가슴들이 드러나자 객석에서 연거푸 환성이 터졌다.
그 사이 남자무희들은 성기를 부풀려 빨간 리봉, 노란 리봉, 파란 리봉을 저저마다 매달고 앞으로 나선다. 여인들 역시 뒤로 돌며 입은 팬티마저 벗어버린다.
주요부위엔 여러 색으로 된 하트문양의 작은 봉을 붙였다.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내리고 올리고 히프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는데 맞춰 리봉을 맨 남자의 성기가 아래 위 좌로 우로 흔들리는 맹렬한 율동이 박자를 맞춘다.
여자무희들이 쪼르르 달려와 마주서며 그것들을 손에 쥐고 앞부분이 삐어지도록 뒤로 허리를 틀고는 쿵 짜, 쿵 짜 음악에 맞춰 무대 쪽으로 돌아 선다.
빨갛고 파란 하트가 나 보란 듯 관중을 향해 삐어지고 위로 아래로 출렁이던 젖과 머리가 손에 쥔 남자의 성기 밑으로 빠져 나오자 객석은 요란한 박수갈채를 보내며 환성을 지른다.
이쯤 되면 이젠 마지막을 장식하나 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김정은의 낯에 그때서야 히죽이 미소가 핀다.
그는 방금 부관으로부터 고모 김경화의 총격소식을 들었다. 일순 역류가 머리를 어지럽혔지만 앞에 벌어진 흥으로 해 벌써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
우뚝 일어선 김정은이 두 손 들어 한 바퀴 돌리자 원색적인 장면이 기다렸던 듯 펼쳐졌다. 옆으로 쳐진 무대 막 뒤에서 실 한 오리 걸치지 않은 무희 아닌 또 다른 여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하나씩 객석의 남자들 사이에 묻힌 여자들은 밝은 미소를 머금고 입을 맞춰 주고 풍만한 젖가슴을 입에 갖다 대며 요리저리 몸을 비튼다.
그 다음 가느다란 손가락을 흐느적거리며 남자들의 옷 단추를 하나하나 벗기기 시작했다.
누구하나 거부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즐기는 것 같다.
이 자리에 왔다면 모두 나라를 움직이는 높은 간부들인 것만은 분명한데 발가벗은 어린 여자들을 마치 장난감처럼 다루며 서둘러 입은 옷을 벗어 버린다.
무대 위 무희들의 춤은 이 순간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려는 듯 더더욱 광란적인 율동으로 화답한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천정에 매단 칠색 찬연한 색등에 비친 열에 뜬 알몸뚱이들이 원시의 동물적 절정에 가감 없이 뛰어드는 순간이다.
이 때 만큼은 모두 예와 덕을 갖춘 사람으로부터 멀리 벗어난 듯싶었다. 그냥 쾌락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영혼 없는 고깃덩이일 뿐이었다.
벌써 폭신한 카펫이 깔린 바닥에 여자를 안고 쓰러진 사람도 있다. 이어 여기저기에 쓰러져 뒹구는 알몸의 천국, 바야흐로 배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열려는 순간이다.
뚝, 광란의 음악이 멎는다. 무희들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무대는 괴이할 정도의 정적이 흐른다. 모두가 의아한 시선으로 무대를 쳐다본다.
그것도 잠시, 행위를 연장하려는 무리들의 얼굴을 때 아닌 바이올린연주소리가 다시 무대로 잡아 돌린다. 세상에 나서 그렇게 감화력 있는 연주는 아마 처음 들었을 것이다.
늘씬한 체구의 여인이 등장했다.
잔잔한, 그러면서도 애간장을 긁는 바이올린솔연이 순식간에 장내를 점거해 버린다.
게슴츠레한 뭇 눈길들은 입을 하, 벌인 채 넋 없이 바이올린연주자만 쳐다보고 있었다.
김정은도 다를 바 없었다. 곁에 앉은 두 알몸여인을 양팔로 끌어안은 채 무대 위 여자연주자에게 초점이 박혔다.
연주자는 자유자재로 활을 그으며 앞으로 뒤로 때로는 무릎을 꿇으며 만들어 낸 선율을 고조의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마치 잔잔하고 설레고 또 격렬해지는 모든 음들이 바이올린이 아닌 그녀의 몸동작에서 기묘하게 조화되어 빠져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김정은은 이상할 정도로 심장이 울렁거려 슬그머니 손을 가슴에 올렸다. 그건 인위적인 동작이 아닌 스스로, 저도 모르게 한 일이다. 왜 가슴이 이리도 뛰는지 지금껏 어떤 장소 어떤 여자 앞에서도 뛰어본 적 없는 심장이라 자부했다.
신적지도자는 인간적 관계에서 어떤 경우라도 감성적 감동을 받으면 안 된다는 원리를 이미 후계자수업에서 전수받은 그다. 감동으로 인한 흥분은 신적 지도자가 감당할 몫이 아니었다. 그건 수령이 내린 치하 앞에서 짓는 신하들의 몫일뿐이었다.
그렇게 그간 감성단련을 했고 포악성도 키웠다. 그런데 지금의 이 울렁이는 박동은? 저 여인은 대체 누구냐? 한 번 본적도 없는 여인이다.
신입생인가? 여기에 출현하려면 사전에 그 명단을 자기에게 통과시켜야 했을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런 여자의 신상을 본 기억이 없다. 그는 뒤에 있을 부관에게 손짓했다.
“넷 원수님”
“저 여자 누구야?”
“넵. 당 조직부에서 오늘파티에 특별히 파견한 것으로 압니다. 모르셨습니까?”
“음”
“경애하는 원수님의 가라앉은 기분을 해소시키려는 충정에서,,,”
“오늘 누가 이 자리를 주도했어?”
“네, 최용회 총국장인 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현심조직부장도 나왔습니다.”
“뭐라? 현심이? 그 늙은이가?”
“네”
김정은은 픽, 조소의 웃음을 웃었다.
그때 맑고도 은은한 바이올린반주의 리듬에 맞춰 연주자의 입에서 가사가 흘러 나왔다. 바이올린 선율처럼 맑고도 고운 깊이가 있는 음성이다.
 
엄마가 그리워 우는 아이 당신은 저 아이 아픈 마음 아시나요.
은하수 흐르는 하늘을 바라보며 자장가 소리 한 번 내어 봐요
아- 못 견딜 그리움에 흐르고 흐르는 눈물이여
자장, 자장, 자장. 엄마의 자장가소리여
 
바이올린 소리가 고조된다. 끝 모르는 경지로 몰고 가려는 듯 연주자의 눈 아래로 흘러내린 눈물이 불빛에 반사되어 진주처럼 반들거렸다.
숨 한 번 크게 내쉬지 못하고 그 눈물을 바라보는 참가자들의 얼굴은 자못 숭엄했다.
늙은 손에 쥐어진 어린 여자들의 얼굴엔 줄줄 눈물이 흘러내려 아예 범벅이 돼버린다.
김정은의 머리에도 느닷없이 어릴 적 헤어졌던 서재은의 얼굴이 아련히 떠올랐다.
어쩌면 저리도 닮았는지 모르겠다. 바이올린 연주도 그렇지만 그녀의 목소리 또한 서재은의 목소리와 일치한다. 벌써 1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녀도 살아있다면 저렇게 이제 수령이 된 자신을 위해 아름다운 연주와 노래를 선물해 주었을 것이다.
김정은은 그제야 가슴 속 심장이 왜 갑자기 뛰었는가를 알아차렸다.
이제 와서 첫 남자에게 복수의 칼을 댄 여자에 대한 표상이 아이러니하게도 걷잡을 수 없는 애수로 변했던 것임을 그는 직감했다.
요란한 박수가 터졌다. 바이올린수가 깊숙이 머릴 숙여 인사를 한다.
김정은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우뚝 일어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주지육림(酒池肉林)의 절정이던 장내가 바이올린 연주자에 의해 순식간에 정법안장(正法眼藏)으로 되돌아온 분위기다.
잠간 옛 여자에 대한 추억으로 하여 허둥대던 자신을 발견한 김정은은 이러한 분위기가 못 견디게 싫었다. 첫 여자에 대한 표상이 긍정으로 바뀌어 자주 떠오르는 것도 이젠 지겹다. 김정은은 몽롱한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듯 마구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 이건 분명 자기가 주도한 것이 아니다. 아닐뿐더러 누가 의도적으로 분위기를 바꿔 버린 것 같았다. 어느 놈이 감히, 그는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렸다.
다시 바이올린연주 제2탄이 들어가자 그는 부관을 불렀다.
“이 파티를 누가 주도했다고 했지?”
“예, 최용회 총국장이라 들었습니다.”
“이리 불러와”
“알았습니다.”
잠시 후 최용회가 급히 대령했다. 혼자가 아니었다. 현심부장이 함께 대동해 왔다.
“원수동지, 이 장면은 현심조직부장동지께서 직접 연출했습니다.”
눈치 빠른 최용회의 소리에 김정은은 천천히 돌아섰다. 그 다음 아주 분명하게 현심에게 질문했다.
“그럼 이것도 참정의 일부분인가?”
“그렇습니다. 저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역시 거짓이나 에돌 줄 모르는 현심의 대답이다. 만약 이때 그의 대답이 이와 달랐다면 그처럼 큰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뭐라? 그럼 나 말고 또 다른 인물이 내가 참가한 파티를 주도한단 말인가?”
김정은의 안면이 심하게 푸들거렸다.
현심은 되도록 조용한 음성으로 말하려 애쓴다. 아마도 다른 참가자들이 듣지 않게 하려는 의도 같았다.
그것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더더욱 분노를 폭발하게 만든 계기였는지도 몰랐다. 그는 손을 가슴속으로 밀어 넣는다.
“내가 이젠 참정을 거두라고 말한 것 같은데,”
“원수님, 왜 또 이러십니까? 아직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건 나 혼자만의 결정이 아님을 잘 아시면서 자꾸 이러시면 그럼 저는 어찌하란 말입니까?”
“어떻게 하긴, 이러면 되지.”
김정은은 품에서 호신용 권총을 뽑아들었다. 모두가 경악했다. 그때까지 가늘게 울리던 바이올린 소리도 딱 멎는다. 물 뿌린 듯 장내는 침묵 속에 잠겼다.
“원수님 총을 거두십시오. 이 무슨 경망한 짓입니까?”
현심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안타깝게 속삭였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예 그의 존재를 무시해 버린다. 절컥, 젊은 손에서 야무진 소리를 내며 총알이 장진된다.
수십 쌍의 집중된 눈길을 향해 김정은은 또박또박 말을 씹었다. 한 마디 한마디 뱉을 때마다 푸들푸들 그의 안면이 풍을 만난 듯 실룩거렸다.
“모두 잘 들으시오. 여기 모인 당신들은 이 나라정치의 근간을 이루는 사람들이야. 때로 우린 마음껏 즐길 수 있고 마음껏 마시며 온갖 추태를 부려도 누가 뭐라 할 수 없는 나의 충실한 충복들이란 말이지, 나는 당신들에게 뭐든 아끼고 싶지 않아. 한 배를 탄 충신들에게 하해 같은 은총을 내리는 것은 나의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이기도 했어. 그런데 그걸 갖고 감히 어느 놈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가?”
“경애하는 원수님”
좌중은 일제히 합창하며 머리를 숙였다. 현심은 상황이 매우 치명적임을 문득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의 안면엔 절망이 아닌 느슨한 미소가 어렸다.
언젠가 장승택을 만나 복귀된 후부터 주위를 감돈 죽음의 그림자를 항시 의식하며 살았다. 정작 죽음을 의식하자 모든 것이 전과 달리 많이 편안해졌다. 그래서 지금까지 김정은에게 보내는 참정서 작성을 중지하지 않았던 그다.
그건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그에게 준 과업임과 동시에 하늘이 두 쪽 나도 포기해서는 안 될 선대수령의 유훈 관철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당장 죽는대도 자신은 위대한 김정일장군의 유훈관철에 혼신의 힘을 쏟다가 장렬한 최후를 마친 충신중의 충신으로 이 나라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가슴이 뿌듯했고 이러한 상황이 두렵지 않았다. 그는 총을 든 김정은 앞으로 한 발 다가섰다.
“경애하는 원수님. 이 늙은이의 마지막 부탁입니다. 이러한 나체파티는 이제는 그만 막을 내려야 합니다. 원수님은 젊습니다. 젊어도 너무 젊지요. 아직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건 저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조직지도부전체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경애,,,”
탕, 총소리가 울렸다. 천정에 매단 샨데리아의 전구하나가 박살나며 우르르 유리가루를 떨어뜨린다.
김정은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고모부를 죽일 땐 몰랐지만 죽은 이후의 후폭풍은 그를 아연하게 만들었다.
조직지도부? 이 자들은 어인 속심인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고모부 처형소식을 처형 즉시 내외에 널리 홍보했다. 공화국이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기도하다.
소위 새 정권 지도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지만 그 더러운 속심을 뉘가 명확히 짚어내랴, 작년 현심을 현 지도부에서 직무정지 시켰을 때 고모부가 직접 나서서 그만한 충신도 없다며 다시 올려 세웠을 때만 해도 한 번의 기회는 주마고 모른 척 해두었었다.
하나 이제 장승택도 없는 이 마당에서까지 소위 초심을 잃지 않고 무엄하게 날뛰는 이 자를 살려 둘 생각은 꼬물도 없었다. 김정은은 충혈 된 눈을 굴리며 씹어 뱉듯 뇌까렸다.
“나는 조직지도부의 명령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다. 난 이 나라의 수령이고 최고 사령관이다. 따라서 이 나라에 사는 누구든 내 명령에 응할 의무만 있을 뿐이다. 이단자 같은 너희들이 나를 위한 척 하며 보내는 참정서는 더 이상 효력이 없음을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단호히 천명한다. 이제부터 어느 누구라도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처단될 것이다.”
탕, 탕, 탕 김정은의 손에서 연발로 총이 발사되었다.
가슴에 직탄을 맞은 현심은 던져버린 걸레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경악의 이 순간, 모두 오금이 저려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다만 한 사람, 무대의 바이올린연주자만이 한 점 흩트리지 않은 눈길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직시하는 눈엔 차디찬 빛이 번뜩였다.
띠이잉-그녀의 손에 쥐어진 바이올린 줄이 튕기는 요상한 음이 장내에 퍼졌다. 그와 함께 끊어진 바이올린 줄 하나가 아래로 드리워 힘없이 흔들거렸다.
여자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뚝 뚝 눈물은 늦은 봄날의 낙수 물처럼 떨어지고, 으드득, 이빨 갈리는 소리 또한 폐부를 긁는다.
최용회와 부관, 호위병들을 대동한 김정은이 나가 버리자 장내는 깊은 침묵 속에 빠져 들었다. 흰 위생복을 입은 남자 몇이 들것을 갖고 들어와 현심의 시신을 들고 나갈 때 무대에선 다시 격렬한 바이올린 연주소리가 울려 퍼졌다.
결전의 길로의 힘 있는 곡이다.
 
가열한 전투의 저기 저 언덕 피 흘린 동지를 잊지 말아라
쓰러진 전우의 원한 씻으러 나가자 동무여 결전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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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0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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